"중동, 세계의 ATM 됐다"…사모펀드·벤처 몰려와 '구애'

입력 2023-09-08 18:18   수정 2023-09-18 16:53


매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막의 다보스’라는 별명을 보유한 투자 행사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 Initiative)’가 열린다. 올해 FII는 참가자에게 1인당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를 받을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업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 의사를 보여서다. 무료로 열었는데도 찾는 사람이 드물었던 2018년에 비하면 5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II의 인기 이유에 대해 “중동이 세계의 현금인출기(ATM)가 됐기 때문”이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등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큰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넉넉해진 ‘오일머니’를 풀고 있다는 뜻이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배후로 알려진 사우디가 인권 침해국으로 낙인찍히고,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오일머니를 유치하려는 서방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스타트업 등이 앞다퉈 중동을 찾으려 할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 국부펀드의 자금이 넉넉해졌고, 투자 집행도 적극적이어서다.

중동 국부펀드들은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는 지난 5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운용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가격은 20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글로벌항공금융리스 사업부를 36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다른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 인수를 시도했다. 오일머니는 PEF 부문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PIF는 PEF를 포함해 투자유가증권(투자 목적 채권 및 주식) 약정액을 2021년 330억달러에서 2022년 560억달러로 늘렸다. 무바달라의 투자 약정액은 지난해 360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중동 외 국가 상당수에서 투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큰손인 연기금과 대학이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보면서 투자에 소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VC 펀드 모금액은 330억달러로 2021년 상반기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PEF의 세계 전체 모집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조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중동 산유국의 상황은 반대다. 지난해 1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뒤에는 한때 11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는 90달러 안팎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UAE 왕족들은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일머니를 금융·스포츠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자금 조달 전문회사인 제이드어드바이저의 설립자 피터 제이더스턴은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지금은 모두 중동에 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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